요즘 산업계 최고의 라이벌 구도는 반도체를 둘러싼 ‘갈빗집’과 ‘쌀집’ 간 경쟁이다. 갈빗집은 갈비로 유명한 수원에 본사를 둔 삼성전자, 쌀집은 쌀이 특산품인 이천에 둥지를 튼 SK하이닉스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과거엔 두 기업 사이에 확실한 서열이 있었지만, SK하이닉스가 요 몇 년 치고 올라가면서 이제 대등한 구도로 바뀌었다.
삼성과 LG가 TV와 가전을 놓고 그랬듯이 두 회사 간 경쟁도 동반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삼성 한 번 꺾어보자”는 SK하이닉스의 독기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점으로 이어졌고, 그 힘으로 지난해 삼성을 누르고 D램 1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의 비상은 ‘32년 메모리 1위’에 취해 있던 삼성에 스스로를 되돌아보도록 했다. 반도체 부문 열쇠를 넘겨받은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근원 경쟁력 회복’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문제가 된 D램을 재설계하는 등 삼성의 경쟁력을 끌어내린 원인을 근본부터 파고들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고객사들은 “삼성이 돌아왔다”고 입을 모은다. SK하이닉스와 삼성이 치고받는 사이 메모리 반도체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뒤로 밀렸다.
이랬던 갈빗집과 쌀집의 기술 경쟁은 언젠가부터 ‘복지 경쟁’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인센티브로 주기로 한 게 발단이 됐다. 신입사원도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오르게 되니, 결혼정보업체의 인기 직업 리스트에 SK하이닉스 직원이 의사보다 앞순위에 섰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게 삼성 직원들을 자극했다. “SK하이닉스보다 더 많이 받아낼 테니 힘을 보태달라”는 삼성전자 노조의 ‘마케팅’에 4개월간 6만 명가량이 가입 신청서에 서명했다. 이날 삼성전자에는 창사 이후 첫 단일 과반 노조가 태어났다.